🥊 마크 저커버그 vs 일론 머스크, 왜 초거대 기업 CEO는 ‘현피’를 뜨게 됐을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인이 이른바 ‘현피’를 뜬다고 합니다. 바로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메타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입니다. 현피란, 온라인에서 설전을 벌이다 현실에서 싸움까지 붙게 되는 상황을 말하는 인터넷 용어인데요,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두 인물이 현실 싸움을 벌인다고 하니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여기에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매체에서는 이 대결이 무려 1조 원의 흥행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빅이벤트라고도 했죠.

 

이 빅이벤트는 어떻게 성사된 것일까요? 바로 ‘텍스트’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머스크가 문자 기반의 SNS인 트위터를 인수했죠. 이때 저커버그는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쓰레드를 론칭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커버그는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를 공격합니다. 머스크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는 트위터를 혐오로 가득 차게 만든다면서 말입니다. 저커버그는 메타에서 개발한 쓰레드가 이를 대체할 만한 SNS임을 강조했죠. 이 소식을 들은 머스크도 저커버그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결국 두 기업인의 맞짱 매치까지 오게 됩니다.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두 기업의 수장이 가장 전통적인 콘텐츠 형태인 텍스트를 선점하기 위해서 이런 기행을 벌였다는 게, 참 흥미롭지 않으세요? 눈이 휘황찬란해지는 이미지로 가득한 스펙터클의 시대, 이들은 왜 ‘텍스트’에 천착하는 것일까요? 우선 자극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세상에 피로도가 쌓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명상과 디지털디톡스 트렌드가 생겨난 이유기도 하죠. 또한 텍스트가 보다 SNS에 최적화된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와 영상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게 바로 저용량의 텍스트인 것이죠. 최근 서울시의 경계경보 위급재난문자 오발송 사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한 SNS가 바로 텍스트 기반의 SNS인 트위터였잖아요.

 

사실 저는 텍스트가 가장 스펙터클하다고 생각합니다. 텍스트는 글쓴이의 것이 아니고, 읽는이의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텍스트야말로 읽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일 겁니다. 텍스트가 발화되는 순간, 그것은 ‘쓰는 이’의 것이 아니라 ‘읽는 이’의 것이 되어버립니다. 이것은 오늘날 ‘밈’이라 부르는 문화 현상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밈은 거듭된 모방으로 오리지널리티가 희석된 채 새로운 의미가 창출되는 문화입니다. 기존의 창작자는 죽음을 맞이하고 새로운 창작자가 끊임없이 재탄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바르트가 지적한 텍스트의 특성도 이와 같습니다. 그는 『저자의 죽음』(1968)이란 책에서 “독자의 탄생은 저자의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텍스트는 이미지보다 쌍방향적이니, 본래 SNS가 갖는 목적에 더 부합하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죠. 이미지 범람의 시대에 다시금 텍스트가 각광 받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분위기는 출판계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게 ‘필사’ 트렌드입니다. 필사는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문장을 적으면서 체내화시키는 작업입니다. 독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텍스트를 다루는 것이죠. 이 필사 트렌드는 『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 이라는 책이 이끌었는데요, 이 책 역시 트위터에 소개되면서 외국어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는 등 이슈를 일으켰습니다. 단순히 영어 공부를 위한 필사가 아닌, 마음이 힐링되는 영어 문장이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말이죠. 가장 첨단의 기술(SNS)이 접목된 곳에서 가장 전통적으로 텍스트를 다루는 방식(필사)이 화제가 됐다는 게 참 재밌습니다. 과연 최첨단 테크업계의 거물들이 일으킨 날개짓은 또 어디까지 폭풍을 일으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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